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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24.08.01 - "우리가 부른 것은 노동력인데 온 것은 사람이었다"[프리스타일] 지면에서 늘 진지하기만 한 기자들, 기사 바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친한 친구의 수다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주세요.  최근 다문화를 주제로 고민하는 이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의 울산 정착기를 다룬 를 펴내면서다. 절박한 현장들이 많았다. 이주 배경 학생이 30%가 넘는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한 교사는 번역 앱 파파고로 러시아어를 돌려가며 수업한다. 경북에서 채소 농장을 운영하는 이는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면서 '한 번도 공존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고 했다. 그만큼 분리되어 있었다. 20년 차 한국어 교원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이미 수년 전부터 지역에선 외국인을 학생 · 소비자 · 노동자로 불러들이기 바쁜데, 이들의 교육과 정착을 담당하는 주체는 없다는 것이었다..
매일신문 24.08.01 - [야고부] 은퇴가 두렵다 김교영 기자 정년퇴직을 1년 앞둔 중견기업 부장 김근심(가명)씨. 그는 임금 피크로 업무가 줄어 입사 후 가장 홀가분하게 회사를 다닌다. 그런데 직장 스트레스가 줄어드니, 퇴직 공포가 찾아왔다. 딸은 미혼이고, 아들은 2년째 취준생(就準生)이다. 자녀 뒷바라지와 노후를 생각하면 퇴직 후에도 일을 해야 한다. 노인 빈곤율(40.4%)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는 사실도 불안을 키운다. 대학 졸업 뒤 30여 년을 사무직으로만 일했다. 이런 경력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기는 힘들다. 공업고를 졸업한 고향 친구가 부럽다. 그는 퇴직 후에도 별 어려움 없이 밥벌이를 계속하고 있다. 오늘도 근심 씨의 부질없는 걱정은 꼬리를 문다. '2차 베이비 부머(baby boomer)'의 은퇴(隱退)가 올해부터 시작됐다. '..
부산일보 24.07.31 - [김대래의 메타경제]위기와 부산의 선택 ㅣ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30년 넘게 살았다. 한 곳에 오래 살다 보니 그 시간만큼 묵은 관계도 적지 않게 생겼다. 자주 다녔던 목욕탕은 그사이 몇 번 수리를 하였고, 아직도 장사를 하고 있는 작은 마트의 주인과는 만나면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여기에 이발소를 빼놓을 수 없다. 이사 오고부터 줄곧 한 곳에서만 머리를 깎았으니 참으로 오래된 인연이다. 이발소를 하시던 분이 얼마 전 문을 닫았다. 나이가 팔순을 바라보면서 기력이 많이 떨어진 탓이다. 한두 달에 한 번씩 들렀던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19669년대에 경북 영주에서 부산으로 와서 이발소를 시작한 그분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자리에 원래 미진화학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1950..
서울경제 24.07.31 - [시로 여는 수요일] 절경 ㅣ문무학 능성1길 그 골목을 유모차로 가는 할머니 "안녕하세요." 인사하면 볼 주름 깊게 파서 "누궁고, 모리겠는데 인사해죠, 고맙소."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어느 국립공원을 가도 보기 힘든 풍경이다. 단체 할인, 경로 할인, 학생 할인도 필요 없다. 경차 할인, 무료 주차도 필요없다. '안녕하세요.' 한 마디에 열리는 마음의 절경. 두 뺨이 복숭아처럼 붉은 시절도 있었으리라. 머루 같은 눈망울로 아득한 별빛 너머까지 보이고, 바늘귀가 동굴 같던 시절도 있었으리라. 첩첩 패는 볼 주름 사이로 격랑이 흘러도 갔으리라. 누구라서 반가운 게 아니고, 누구든 반가운 유모차 전망대에 오르셨다. 황소, 젖소 키우려면 외양간 지어야 하지만, 고맙소는 고삐도 필요없다. 쪼그라들어도 붉은 입술 안에.  예전에 유럽여..
아시아경제 24.07.31 - [기자수첩] 예산은 기재부 예산실 소유가 아니다 "예산요구서를 보면 우리가 어떤 예산을 삭감했는지 알려지잖아요. 그러면 어떤 부서에서 누가 그걸 주도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고요. 담당 사무관한테 아마 항의전화가 쏟아질 텐데 정상적으로 업무가 되겠어요?" 기획재정부의 한 예산실 간부는 왜 예산요구서를 공개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예산요구서란 정부 부처가 기재부에 예산을 달라고 요청하는 문서다. 기재부는 예산요구서를 바탕으로 예산을 늘리거나 줄인 뒤 정부 예산안을 만든다. 기재부는 민원이 늘어나고 업무가 과중해질 수 있다면 예산요구서를 비공개하고 있다. 사법부의 생각은 다르다. 기재부는 언론사 및 시민단체와 예산요구서 공개를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1심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은 기재부의 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는 "업무 과정 ..
아시아경제 24.07.30 - [시시비비]이재용 회장에게 메일 보내기 고연봉, 워라밸 '단맛'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이재용 회장한테 메일을 보내려고 합니다. 30여 년간 회사에 몸담았던 퇴직 임원이 오죽 삼정전자의 미래가 답답하면 이런 메일을 보낼까 하면서 답을 주시지 않을까요." 삼성전자 퇴직 임원들은 만나면 삼성전자 걱정을 한다. 이재용 회장에게 메일을 보내려고 노트북을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했던 A 퇴직 임원도 며칠 전 동고동락했던 동료들과의 모임에 나갔다가 기승전결 '전(前) 회사 걱정'을 하다 모임을 파한 후 이 회장에게 메일을 보낼 생각을 했다. 회사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고 좋게 나왔든, 인산에 밀려 불명예 퇴진을 했든 한자리에 모인 퇴직자들이 하나같이 걱정해 봐야 닿을 수 없는 전 회사 걱정을 한 후 내린 결론은 '직접 메일을 보내보자'는 것이었다. 과..
동아일보 24.07.30 - 여름철 왕 건강 책임지던 '겉차속따' 제호탕의 비밀[이상곤의 실록한의원] 뜨거운 복날에 삼계탕을 먹듯 여름 건강의 핵심은 속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다. 조선 최장수 왕이었던 영조 재위 20년 영의'라고 영의정 유척기는 임금의 여름 건강을 염려하면서 "비가 내린 뒤 찌는 무더위가 심해졌는데 밤사이 성상의 체후는 어떠하십니까"라고 묻는다. 그러자 영조는 "제호탕(醍醐湯)은 평상"라고 흡족해한다. '제호(醍湯)'는 불경과 힌두교 경전에 나오는 유제품으로, '고된 과정을 오랫동안 거쳐 얻은 신성하고 존귀한 최고급의 물건 또는 경지'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한의서인 '본초강목'에는 "불경에 다르면 젖으로 락(酪)을 만들고, 락(酪)으로 수(酥)를 만들고, 수(酥)로 제호를 만든다"고 쓰여 있다. 지금으로 따지면 버터와 비슷한 것으로 짐작된다. 숙종 44년 '승정원일기'의 기록에도 제..
한겨레 24.07.30 - 유럽이 죽도록 가난해졌다고?[세상읽기] 장영욱 ㅣ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 연구원엔 세계 각 지역을 담당하는 8개 연구팀이 있다. 여러 해 동안 한 지역을 맡아 연구하다 보면 자연스레 애정이 생긴다.   선배들이 우스갯소리로 미국팀은 친미파, 중국팀은 친중파, 일본팀은 친일파가 된다고 얘기했을 땐 웃어넘겼는데, 막상 몇 년 있어 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맡은 지역이 다른 데보다 더 잘해주면 좋겠고, 안 좋은 평가를 받으면 속이 상하고 반박하고 싶고 그렇다. 내가 맡은 유럽은 요새 분위기가 영 안 좋다. 팬데믹 때 받은 경제 충격 자체가 워낙 컸고 이후 인플레이션과 전쟁발 에너지 위기를 겪으며 회복도 매우 더디다. 더 우려스러운 건 장기 추세다. 2010년엔 미국과 유럽연합(영국 제외)의 경제 규모가 비슷했지만, 지난해엔 미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