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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24.07.31 - [시로 여는 수요일] 절경

ㅣ문무학

 

능성1길 그 골목을 유모차로 가는 할머니

 

"안녕하세요."

 

인사하면 볼 주름 깊게 파서

 

"누궁고, 모리겠는데 인사해죠, 고맙소."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어느 국립공원을 가도 보기 힘든 풍경이다. 단체 할인, 경로 할인, 학생 할인도 필요 없다. 경차 할인, 무료 주차도 필요없다. '안녕하세요.' 한 마디에 열리는 마음의 절경. 두 뺨이 복숭아처럼 붉은 시절도 있었으리라. 머루 같은 눈망울로 아득한 별빛 너머까지 보이고, 바늘귀가 동굴 같던 시절도 있었으리라. 첩첩 패는 볼 주름 사이로 격랑이 흘러도 갔으리라. 누구라서 반가운 게 아니고, 누구든 반가운 유모차 전망대에 오르셨다. 황소, 젖소 키우려면 외양간 지어야 하지만, 고맙소는 고삐도 필요없다. 쪼그라들어도 붉은 입술 안에.<시인 반칠환>

 

 

예전에 유럽여행을 갔을 때 모르는 사람들이 종종 인사를 해오는 걸 경험한 적 있다. 동양인이 유럽에 와서 걸어다니고 있으니 신기해서인지 그냥 말을 한번 걸어보고 싶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인사를 해왔다. 각종 언어로 인사를 하는데 첨엔 곤니찌와 아니라고 하면 니하오 또 아니라고 하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 그 당시만 해도(그러보니 거의 20년이 다 되어 가네) 지금처럼 한국이라는 나라가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인지도는 있었는지 바로 한국인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첨엔 그 인사들이 어색했는데 여행이 길어질수록 익숙해졌다. 원래 유럽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끼리 인사를 잘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과는 절대 인사하지 않는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한 번은 아는 사람인줄 알고 안녕하세요 인사했다가 이상한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유독 우리나라는 타인의 인사에 의심부터 한다. 아마도 낯선 사람이 친한 척 접근해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어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