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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24.07.31 - [기자수첩] 예산은 기재부 예산실 소유가 아니다

"예산요구서를 보면 우리가 어떤 예산을 삭감했는지 알려지잖아요. 그러면 어떤 부서에서 누가 그걸 주도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고요. 담당 사무관한테 아마 항의전화가 쏟아질 텐데 정상적으로 업무가 되겠어요?"

 

기획재정부의 한 예산실 간부는 왜 예산요구서를 공개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예산요구서란 정부 부처가 기재부에 예산을 달라고 요청하는 문서다. 기재부는 예산요구서를 바탕으로 예산을 늘리거나 줄인 뒤 정부 예산안을 만든다. 기재부는 민원이 늘어나고 업무가 과중해질 수 있다면 예산요구서를 비공개하고 있다.

 

사법부의 생각은 다르다. 기재부는 언론사 및 시민단체와 예산요구서 공개를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1심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은 기재부의 근거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판부는 "업무 과정 등 피고(기재부)가 주장하는 사정들은 막연한 추측 내지 가능성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대신 예산요구서의 공개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예산편성에서 국민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기여한다"고 판결했다.

 

국회의 예산편성 과정을 생각해보면 기재부의 걱정은 과도한 우려다. 기재부는 정부 예산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다. 정부안과 국회안은 투명하게 공개된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두 예산안을 양쪽에 놓고 비교 분석할 수 있다. 국회가 어떤 예산을 자르고 추가했는지, 어떤 지역구의 예산이 증가했는지도 파악 가능하다. 그렇다고 예산을 깎은 국회의원이나 보좌관, 비서관들이 전화 폭탄을 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언론과 시민사회의 평가, 감시, 감독이 이뤄질 뿐이다.

 

혹 국민들이 기재부의 예산 구조조정에 무작정 분노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우리 국민들은 오히려 무분별한 포퓰리즘을 더 싫어한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를 위해 필요 없는 예산을 늘릴 때,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깐깐한 검증 없이 예산이 편성될 때 "내 세금을 이렇게 쓰느냐"고 소리친다. 만약 기재부가 구조조정으로 소중한 예산을 절약했다면 숨길 게 아니라 국민에게 자랑하고 홍보해야 할 일이다.

 

정당성이 아니라 제도만 따져도 예산요구서는 당연히 공개돼야 한다. 국가재정법 16조에 따르면 정부는 '예산과정의 투명성'과 '예산과정에의 국민참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투명한 예산편성이 이뤄지려면 각 부처가 처음 작성한 예산요구서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한창 예산논의가 진행될 때 예산요구서를 공개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최종 예산안이 나온 뒤 공개하면 그만이다. 예산요구서를 본 국민의 목소리는 기재부가 판단해 다음 해 예산안에 반영하면 된다.

 

예산은 기재부 예산실 소유가 아니다. 국민들이 힘겹게 벌어 낸 세금으로 조성한 국민들의 재산이다. 내 세금을 정부가 어떻게 예산으로 활용했는지 모르는 지금의 상황을 '정당하다'고 말한 근거는 없다. 기재부는 1심 패소 후 항소했지만, 정작 항소이유서는 아직 제출하지 못했다고 한다.

 

뒤가 얼마나 구리면 공개를 못하나. 당연한 국민의 알권린데 국민이 알면 난리 날 것이라도 있는 것 아니냐. 물론 별것 아닌 걸로 난리 치는 국민들도 있겠지만 그거 무서워서 국민의 알권리를 묵살해 버리나. 자기네들 일 늘어난다고 공개 못하면 일 때려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