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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4.07.31 - [김대래의 메타경제]위기와 부산의 선택

ㅣ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30년 넘게 살았다. 한 곳에 오래 살다 보니 그 시간만큼 묵은 관계도 적지 않게 생겼다. 자주 다녔던 목욕탕은 그사이 몇 번 수리를 하였고, 아직도 장사를 하고 있는 작은 마트의 주인과는 만나면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여기에 이발소를 빼놓을 수 없다. 이사 오고부터 줄곧 한 곳에서만 머리를 깎았으니 참으로 오래된 인연이다.

 

이발소를 하시던 분이 얼마 전 문을 닫았다. 나이가 팔순을 바라보면서 기력이 많이 떨어진 탓이다. 한두 달에 한 번씩 들렀던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19669년대에 경북 영주에서 부산으로 와서 이발소를 시작한 그분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자리에 원래 미진화학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1950년대부터 부산 화학공업의 일익을 담당했던 미진화학, 그 옆에는 대우실업이 있었다. 물론 거기도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오래전에 지어져 지금은 재개발의 열기에 들떠 있는 이 동네의 작은 아파트 자리들은 모두 기업들이 있었던 곳이다. 이발소 아저씨는 그 아파트 자리에 있던 기업들을 아직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명절이 가까워 오면 고향에 가는 인근 공장의 근로자들이 머리를 깎으러 몰려드곤 했는데, 명절 전날에는 밤새워 근로자들의 머리를 깎았다고 했다.

 

부산 산업을 이끌었던 봉제와 플라스틱이 작은 길 하나를 두고 마주해 있었던 것처럼, 1960년대는 우리가 잘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부산 경제가 정말 잘나가던 때였다. 사실 포항제철이 생기기 전까지 우리나라 최대의 철강 도시는 부산이었다. 많은 철강기업이 지금은 부산을 떠났지만, 당시 부산에서 생산된 철강이 전국으로 판매되어 갔었다. 흔히 부산 경제의 구조작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중심이라는 수사는 훗날에 만들어진 것으로 196년대 말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산업구조 혁신 기회 잃고 쇠락의 길로

기업 사라진 자리에 아파트만 들어서

수도권 집중 부산 경제 선택의 기로

소멸 벗어날 준비 하고 있나 성찰해야

 

그리하여 부산시도 이러한 사실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는데 '신문 용지 말고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은 유일한 도시'라는 자부심을 공식 기록에 남기고 있었다. 그리고 부산의 미래를 '종합공업도시'로 제시하면서 경공업광 중화학공업이 고루 발전된 도시를 지향하고자 하엿다. 그러나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그 길은 깨어졌다. 부산 경제는 신발과 섬유 그리고 합판과 같은 노동집약적 공업에 집중하였다.

 

이것이 태생적으로 공업 용지가 부족하고 정부의 산업단지 배치에서 부산이 소외된 구조적인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부산시와 부산 기업들의 선택의 결과인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구도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며 선택할 수 있는 범위에 영향을 준다. 반면 선택은 익숙한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혁신의 길을 갈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익숙한 것은 쉽지만 성장성이 떨어진다.

 

1990년대 이래 긴 고난의 시대를 걸어오고 있는 부산 경제가 다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오늘날 구도와 관련하여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은 수도권 집중이다. 기억봐 사람을 모두 빨아들이는 엄청난 흡인력이다. 이러한 구도를 넘어서서 부산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부산시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허브도시는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도의 제약을 넘기 위한 수단과 함께 새로운 산업을 넣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부산 기업들의 다짐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지난 19일 부산상공회의소는 창립 135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더 강한 기업'이라는 비전을 통해 과거 부산의 기업들이 가졌던 역동서 이어받으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와 선택들이 부산 경제를 얼마나 바꿀 수 잇을지는 지켜보아야 한다. 부산 경제가 잘 나가던 시기에도 순간의 방심과 진취성의 상실로 기회를 놓쳤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불리한 상황에서 역전을 이루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부산 시민들의 선택과 협조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기업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짓는 선택이 지속되는 한 부산 경제의 회복은 쉽지 않다. 바다와 노인의 도시 부산에 쌓여가고 있는 것은 콘크리트 구조물들뿐이다. 대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부산이 소멸의 위기에 직면하였다는 진단이 얼마 전 있었다. 달리 표현하면 부산이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부산이 다시 활력을 찾고 소멸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당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제대로 된 선택을 하고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 준비가 정말로 되어 있는지 성찰해 보아야 한다.  

 

 

이미 몇 년전부터 부산 소멸이 이루어졌고 문제점도 알고 있었는데 계속 방치해 왔고, 아니 지금도 있던 기업 쫓아내고 있는데 더 이상 부산은 성장할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

yk스틸도 당진으로 쫓아냈지. 그 자리에 아파트 들어온다는데 기가 찰 노릇이다. 구덕운동장 없애고 아파트 들어온다는데 기가 찰 노릇이다. 부산시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부산소멸은 자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