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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24.08.01 - "우리가 부른 것은 노동력인데 온 것은 사람이었다"[프리스타일]

지면에서 늘 진지하기만 한 <시사IN> 기자들, 기사 바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친한 친구의 수다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주세요.

 

 

최근 다문화를 주제로 고민하는 이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의 울산 정착기를 다룬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를 펴내면서다. 절박한 현장들이 많았다. 이주 배경 학생이 30%가 넘는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한 교사는 번역 앱 파파고로 러시아어를 돌려가며 수업한다. 경북에서 채소 농장을 운영하는 이는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면서 '한 번도 공존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고 했다. 그만큼 분리되어 있었다. 20년 차 한국어 교원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이미 수년 전부터 지역에선 외국인을 학생 · 소비자 · 노동자로 불러들이기 바쁜데, 이들의 교육과 정착을 담당하는 주체는 없다는 것이었다. 북토크 때마다 뜻밖의 성토대회가 열리곤 했다.

 

하나하나 쉽지 않은 주제였다. 책에는 '울산 동구의 시도가 다문화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참조가 되길 바란다'고 썼지만, 이미 지역 곳곳에선 그 이상의 구체적인 해법을 요구하고 있는 듯했다. 흔히 이민국가가 되면 갈등이 폭발할 거라 하지만, 적어도 현장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이주민 때문이 아니라 이주민을 둘러싼 행정과 정치의 부재에 대한 성토에 가까웠다. 외국인을 받느냐 안 받느냐는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질문을 받고 쩔쩔매는 기자를 걱정했는지 북토크 말미에 누군가가 이런 말을 덧붙였다. "지역 정치인들이 와야 하는 자리였네요."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독자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이주민 이슈는 표가 안 되잖아요."

 

여당 당권주자를 뽑는 선거를 보며 '이주민 이슈는 표가 안 된다'는 말을 다시금 떠올렸다. 그나마 정책 토론 비중이 높았다고 평가받는 7월 16일 채널A TV 토론회에서다. 나경원 후보는 외국인들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 협약을 깨는 것이 더 이득이 된다면 그것도 논의해보자"라는 주장이 더해졌다. 원희룡 후보는 찬성 입장, 윤상현 후보는 특별법 형태로 해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 후보는 "적응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아리셀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이었다. TV토론이 끝난 다음 날, 서울시가 필리핀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민간 가사관리사 비용보다 21.7% 저렴하다는 문구가 보였다.

 

이주민 이슈로 표를 얻으려는 세계에서 인력 ·관리 ·비용 같은 말들만 나부낀다. 정작 표를 쥔 한국인 유권자들이 정치인들보다는 나아간 고민을 하고 있다. 다치거나 죽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공존할 수 있을지를. 우리보다 앞서 다문화국가에 진입한 독일에서는 과거 이주 정책을 뼈저리게 비판하며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부른 것은 노동력인데 온 것은 사람이었다.' 사람이 와서 사람이 떠난다. 이주 정책을 제대로 다룰 정치인이 우리에게 있는가.

 

 

아마도 동남아 쪽 이주민들의 대우가 안 좋겠지. 우리나라도 해외 이민가면 동양인이라 차별 대우 받는건 매한 가지.

내 나라 떠나 살면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난 외국인이라고 최저시급을 차등 적용하는건 반대다. 일은 똑같이 하는데 인종이 다르다고 돈을 작게 주는게 말이 되나.

예전 20대 초반에 오뎅공장에서 알바를 했는데 알고 봤더니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들보다 시급이 더 작았다. 왜 작게 주냐니 아주머니들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지 않냐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 오래 일하지 않고 얼마 안 가 그만두긴 했다만 똑같이 일하는데 왜 작게 주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저 국힘당 의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이주민이라 하더라도 한 사람의 노동력을 저래 깎아 내릴 수 있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가 있나. 지 밥그릇만 챙기기 바쁘다. 그러니 나라가 이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