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날 따라 오르막길이 힘들어 단숨에 올라갈려고(힘든거 한번에 해치울려고) 짧은 계단이 많이 있는 골목길로 가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면 좁은 골목길이 나오는데 대문이 없는 주택들이 양 옆으로 늘어서 있다.
그곳을 지나가고 있는데 길고양이 한마리가 나타나 나를 반기는 것이다.
꼬리를 바짝 세워서 나를 올려다보는데 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난 고양이는 커녕 애완동물을 한번도 키워본적이 없다.
어릴 때는 개나 고양이를 무서워 해서 잘 만지지도 못했고 지금은 무서운건 덜 하지만 동물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모른다.
이 고양이의 행동이 분명 날 경계하는건 아니고 날 반기는 거 같은데 도저히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다는 거다.
그냥 갈려고 하니 꼬리를 세운채(꼬리를 왜 저렇게 세우는건지 날 공격하려고 그러나 싶기도 했지만 그건 아닌거 같았다.) 따라오지를 않나 내 앞에 배를 벌러덩 까고 눕지를 않나.
누구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난감했다.
만져 달라고 저러는거겠지 싶어 등을 몇번 쓰담드어 주긴 했는데 그 행동을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어색했다.
그러곤 다시 길을 가는데 또 따라온다.
내 다리 주위를 빙빙 돌면서..
고양이는 경계가 심한 동물이라 알고 있는데 이 길고양이는 어떻게 된 건지 모르는 사람을 이리 따르는 걸까
예전에 이 길로 지나갈 때 이곳에 사시는 할머니 한분이 길고양이를 쓰다듬어 주고 이뻐해주는 것을 본적이 있다.
아마 그때 사랑 받고 있던 고양이가 이 고양이가 아닌가 싶다.
아마도 평소 할머니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을 봐도 경계를 하지 않고 이뻐해 달라고 저렇게 다가오는거겠지
예전에 증명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에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도 고양이를 기르고 있었다.
까만털에 윤기가 좔좔 흐르는 고양이였는데 이 고양이 역시 집사의(고양이르 주인을 집사라고 하더라) 사랑을 듬뿍 받아서 그런지 계속 내 앞에 앉아 있고 배를 까고 훌러덩 눕고 했었다.
그래서 그때도 살짝 등을 쓰다듬어 줬는데 털이 아주 부드러웠던 기억이 난다.
또 한번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내 무릎위로 뛰어올라왔다.
깜짝 놀라봤더니 까만 고양이였다. 몰랐는데 미용실에서 고양이를 기르고 있었다.
이렇게 집사들의 사랑을 받는 고양이들은 첨보는 사람들에게도 경계를 하지 않는거 같다.
저 길고양이는 주변 할머니들의 사랑을 얼마나 받았으면 길고양이임에도 불구하고 첨보는 사람을 저래 반기는걸까.
길고양이가 날 그렇게 반겨주는데 사실 기분이 좋았다.
뭔가 선택받은 것 같고 그래서 조금은 특별해진 느낌 이라 해야하나.
뭐 물론 다른 사람도 그렇게 반기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러한 여러 경험으로 먼훗날 고양이 한마리 길러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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