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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잠바도 입지 않은 그 아이

11월이 지나고 12월이 되었다.

어느새 2022년도 한달밖에 남지 않았고, 곧 2023년이 올 것이고 난 또 한살 먹는다. 아우 내 나이...

본격 겨울이 시작된듯 12월에 들어서자마자 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11월 30일까지 가을트렌치 코트를 입고 다녔는데 다음날 바로 파카를 꺼내 입었다.

하루 아침에 날씨가 이렇게나 급변하다니...

오늘도 여전히 춥다.

출퇴근을 걸어서 하기 때문에 심하게 춥거나 덥지 않으면 웬만해선 걸어다닌다. (어제는 늦잠자서 버스탐)

부산 날씨야 바람만 많이 안불면 많이 안춥기 때문에 옷만 따뜻하게 입으면 걸어다닐만 하다.

오늘도 걸어서 출근하는 길이었다.

한참 걷다보니 어떤 초등학생 고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파카도 안입고 맨투맨 티 하나만 입고 학교를 가고 있었다.

날이 이렇게 추운데 왜 옷을 저렇게 입었지 생각했다. 추운지 모르고 저렇게 입었나 하면서..

근데 이 아이를 만난 장소가 좀 그래서 그랬나 그 아이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내가 지나가는 곳 중 한곳에 절이 있다.

빌라형 주택(?) 같은 그런 곳인데 간판이 없으면 그곳이 절인지 잘 모른다.

하여튼 예전에 그곳을 지나가다 스님과 그 곳에서 지내는 아이들을 본적이 있다.

그때 생각하기를 고아원처럼 부모 없는 아이들을 데려다가 돌봐주는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래도 이런 곳은 정부지원이나 일반인 지원 같은걸 받아서 운영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의 생활이 그리 윤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 만났던 아이들도 그래 보였고...

어쨌든 오늘 만난 아이가 이곳을 지나가다 만났고 이 절에서 생활하는 아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그 아이가 너무 안쓰럽고(물론 지나친 나의 망상일 수 있다. 다른 곳의 아이일 수 있고 엄마 말 안듣고 잠바 안입고 나온 것일 수 있다.) 입을 옷이 없어서 후드티 하나만 입고 나왔나 싶어 계속 눈길이 갔다.

그리고 머리를 감고 말리지 않았는지 머리까지 젖어 있었다.

추워서 소매 속에 손까지 쏙 넣고 덜덜 떨고 있는데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파카라도 하나 사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아이랑 헤어진 후에도 한참이나 그 아이 생각이 났다.

학교는 잘 도착했는지, 학교는 따뜻하겠지, 학교 마치고 집에 갈 때도 추울텐데, 내일은 꼭 겉옷입고 학교 가야 할텐데 등등...

핫팩이라도 있었음 하나 쥐어줬을텐데 수족냉증이라 항상 핫팩을 들고 다녔는데 오늘은 깜빡했다.

올겨울은 많이 추울거라는데, 부디 이 아이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겨울 따뜻하게 났으면 좋겠다.

 

아, 그러고 보니 최전방으로 군대 가는 우리 석지니 어쩌냐. 추워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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