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행복이는 언니네 집에서 키운 왕관앵무새다.
어릴 때 데리고 와서 2~3년 정도 키웠는데 갑작스럽게 하늘나라로 떠나버렸다.
왕관앵무새는 추위를 잘 타고 겁도 많다.
그래서 햇빛 잘드는 곳에 찾아가 앉아있거나 사람들 몸에 올라와 있다.
그리고 조그만 위협적인 행동을 하거나 자기보다 큰 인형, 물건을 보면 무서워 한다.
평소에 건강했던 행복이가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충격이었다.
왜 갑자기 세상을 떠났는지에 대한 정확한 사인은 모르나 그냥 추측하자면
조카 친구 한명이 언니집에 놀러 왔는데 행복이한테 권투 글러브를 끼고 엄청 위협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행복이가 너무 무서워 발톱을 안으로 말고 몸도 웅크려 앉아 덜덜 떨었다고 한다.
그 뒤로 비실비실 하더니 바로 하늘나라로 갔다고...
조카 친구가 한 이틀 놀러를 왔는데 올 때마다 위협을 한거 같다고...
그 친구의 위협이 없었으면 행복이는 살아있었을까?
첨 데려왔을 때 동물을 무서워하던(한번도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 우리는 행복이가 어깨에 올라오던 것도 무서워했다.
그러다 점차 행복이랑 친해져 어깨에 앉히는건 물론 등도 쓰다듬어주고 뽀뽀도 해주고 그랬다.
목을 쓰다듬어 주면 기분이 좋은지 삑삑 소리를 내기도 했고, 또 해달라고 와서 머리를 숙이고 그랬다.
먹이 봉투를 들면 밥주는거 알고 좋다고 왔다갔다하고 조카들이 나갔다가 집에 들어오면 그 소리를 알아듣고 좋아서 날개 퍼덕이며 삑삑 소리를 내던 모습이 생각난다.
여행을 갈 땐 엄마한테 행복이를 맡겨놓고 갔는데 한번은 엄마랑 다 같이 가는 여행을 가게 되어 행복이 혼자 놔두고 가야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행복이의 똥이 현관 앞에 가득 쌓여 있었다고 한다.(평소에는 현관에 나와 있지 않는다.)
거기서 언니네 가족을 기다린 모양이다.(왕관앵무는 지능이 3살 정도 되는 어린아이의 수준과 비슷하다)
이런 행복이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너무 갑작스럽게 떠나버린 행복이가 너무 불쌍하고 안타깝다.
어디 다친 것도, 아픈 것도 아니고 너무 무서워서 정신적 충격을 받아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버린 우리 행복이
생각할수록 너무 가슴 아프다.
왕관앵무새의 평균 수명은 15~20년은 되는데 5년도 채 살아보지 못하고 그렇게 멀리 떠나버렸네.
나도 이렇게 맘이 아픈데 24시간 끼고 살았던 언니네 가족들은 더 가슴 아프겠지.
조카들은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행복아, 그곳에선 이름 처럼 더 행복하게 살아~
사진 찍어놓은 게 이것밖에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