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는 곳은 자세히 설명하기는 그렇고 그냥 대충 회원(? 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그냥 회원이라고 하자)들이 있고 그 회원들을 위해 뭔가를 하는 그런 비스무리한 곳이다.
같이 근무하시는 분은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이신데 이 분도 회원 중 한분이시다.
회원 대표로 이 일을 하고 계시고, 오랫동안 회원으로 계셨고, 고로 여기 회원 개개인에 대해 아주 잘 아신다.
가끔 식사를 하러 갈 때 회원분들을 종종 만난다.
난 근무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회원들하고 만날 일도 거의 없기 때문에 회원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굳이 알 필요도 없음)
그래서 회원분들을 만나게 되면 어르신께서 누구라고 설명을 해주신다.
근데 누구라고까지만 설명을 해주시면 되는데 꼭 그 사람 배경까지 말씀을 하신다.
저 사람은 무슨 일을 하고 아들은 변호사다.
저 사람은 무슨 일을 하고 딸은 미국에서 살고 있다.
저 사람은 건물이 몇채다.
이런 식으로 꼭 그 사람의 자식부터 재산까지 이야기 하신다.
한번은 사무실로 회원 한 분이 전화를 하셨는데 다짜고짜 '우편물을 받았는데 주어도 없고 맥락도 없고 무슨 내용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화를 내셨다.
전화를 받기 며칠 전 회원들한테 지금 현재 진행상황에 대해 소식지를 우편물로 보냈었는데 그 우편물을 받고 이해를 못해서 전화를 한 것이다.
우편물 내용상 전혀 못알아 들을 내용이 없었는데 주어도 없고 어쩌고 저쩌고 하며 화를 내니 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회원들한테 오는 전화는 어르신한테 넘기기 때문에 바로 바꿔드렸다.
그렇게 두 분이서 한참 통화를 하시다가 끊으셨다.
그러면서 어르신이 나에게 이 분은 교수라고 하신다.
안그래도 좀 화가 나 있는 상태인데 밑도 끝도 없이 교수라고 하니 뭐 어쩌라고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교수가 어쩌고 저쩌고 지금은 서울에 가 있다 등등등
난 나도 모르게 '교수라는 사람이 소식지 내용도 이해 못해서 전화하냐'고 말해버렸다.
그러니 어르신께서는 원래 교수들이 좀 고지식 하니 어쩌니 저쩌니 또 설명하신다.
그러면서 ooo 교수 아냐고 하신다.
내가 알리가 있나. 모른다고 하니, 부산의 유명한 교순데 그 교수 제자가 금방 전화한 교수라고 한다.
진짜 어쩌라고 싶다.
왜 그럴까, 도대체 왜
다른 사람의 직업이 뭔지 그 자식의 직업이 뭔지까지 내가 알아야 하는 걸까?
전~~~~혀 궁금하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다.
왜 그 사람에 대한 설명에 자식의 성공이 들어가고 부가 들어가는지
그걸 왜 나이가 한참 어린 나한테 설명하는지 도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러면 내가 우와 대단하네요~ 그런 대단하신 분 많이 아시네요~ 이래 해줘야 하나?
이 어르신 아들도 의사다. 딸은 이화여대를 나와서 서울대 나온 남자랑 결혼해 미국에 살고 계시고, 손주는 미국 엘리트 대학을 나와 미국에서 연봉1억을 받고 있다.
그래 자기 자랑까지는 뭐 들어주겠다.
근데 제발 다른 사람 자랑까지는 나에게 하지 말아주세요.
듣고 싶지 않습니다.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고 싶지만, 거의 대부분 그리 하고 있지만, 가끔 기분이 별로일 때는 나도 짜증이 난다.
오늘도 한 회원분에 대해 세번째 똑같은 설명을 들어(자식이 변호사) 나도 모르게 열폭해 이렇게 글을 적고 있다.
제발 그만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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