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커뮤니티에서 누가 올린 글을 읽었다.
친구한테 이것저것 많이 챙겨줬는데(물질적으로) 친구는 고마운줄 모르고 자기를 소홀히 했다는 그런 류의 글이었다.
이 글에서 처럼 내 주위에서도 누구에게 이만큼 해줬는데 상대방은 해주지 않더라 섭섭하니 어쩌고 저쩌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난 챙김 받는 입장, 주는 입장 다 되어 본 적이 있어서 누구의 편을 들 수가 없었다.
챙김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누가 주라고 했냐는 생각을 했고, 챙겨 주는사람 입장에서는 받았으면서 어떻게 그리 입을 닦냐 라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때 잘사는 집 친구가 있었다.
우리집은 넉넉하지 못했고 용돈 또한 많지 않았다.
그래서 매점을 가면 항상 친구가 먹을 것을 사줬었다.(매점을 하루에 몇번을 갔다)
피자나 햄버거 등등 정말 많이 사줬다. (피자는 항상 피자헛을 갔었다. 친구가 브랜드를 좀 따지는 스탈이라 저가 피자가게는 안갔다.)
얻어 먹을 때마다 고맙고 미안했다.
친구가 한번 사면 나도 한번 사고 싶었지만 난 돈이 없었고, 너무 자주 사주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그렇게 얻어먹었으니 그 횟수는 좀 많긴 했다.
그래서 나중에 돈을 벌게 되면 꼭 친구한테 맛있는거 많이 사줘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그러다 친구가 장난식으로 '내가 너한테 사준게 얼만데' 라는 말을 했었다.
왜 이 말이 나왔는지 그때의 상황은 기억이 안나지만 저 말은 아직도 똑똑히 기억이 난다.
저 말을 듣는 순간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고 친구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누가 사달라고 했나, 자기가 먹고 싶어서 가자고 한거면서' 라는 생각이 들며 화도 났었다.
어쨌든 그때 친구가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네 하며 나름 충격을 받았었다.
사실 그렇다. 챙김 받는 입장에서는 내가 사달라고 한 적도 없고, 안 사줘도 된다.
받는 입장에서는 해주는 만큼 돌려 줄 수가 없을 때 오히려 부담이 더 크다.
반대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동생이 있었다. 이 친구는 외동에 어머니만 계신데 거의 가장이다.
남의 가정사라 자세히 적을 수는 없지만, 하여튼 난 이 친구가 안쓰러웠고 그래서 나름 좀 챙겨줬었다.
자주 만나는 건 아니지만 가끔 만나면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고, 여러가지 물품도 챙겨주고 했었다.
내가 해주고 싶어 해준 것이라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돌려받고 싶다는 생각은 추호도 해본적 없었다.
위의 일을 겪고 난 뒤로 해주면서 돌려 받을 생각안한다.
(참고로 난 원래 누구를 챙겨주고 하는 성격이 못된다. 안받고 안주는 스타일이고, 내가 주고 싶으면 그냥 해준다. 오히려 잘 안챙기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이 동생은 결혼을 하게 됐고, 그 후로 자주 볼 수 없게 되었다.
가끔 가다 연락와서 당일 만나자고 하곤 했는데, 난 별 약속이 없어서 그렇게 몇번 만났다.
근데 가만 생각하니 평일 낮에(당시 둘다 놀고 있을 때), 또는 평일 저녁에, 남편이 회식을 하거나 남편이 출장을 가거나, 동생 남편이 없을 때만 나를 불렀다. 결혼 후 주말에는 만난적이 한번도 없었다.
남편이 있을 때는 못나오냐고 은근슬쩍 물어보니 그냥 혼자 두는게 눈에 밟힌다고 한다.(결혼한 사람들 다 그런가요? 난 결혼을 안해봐서...)
그러다 동생이 임신을 하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며 한번 보자고 연락이 왔다.(위에 둘다 놀고 있다고 했는데 그 사이 동생이 취업을 했다.)
난 당시 백조였다가 취업을 한 상태였고, 이 동생은 내가 노는 걸로 알고 있었다.(마지막 연락이 둘다 놀고 있을 때)
회사를 다닌다고 하자 그럼 내 월차 때 보자고 한다. 내가 월차 때 아니면 보기 힘들겠네 하면서..
난 그러자고 했는데 생각하니 기분이 나빴다.
평일 낮, 남편이 없는 시간에만 보자고 하는 거 아닌가
남편이 있을 때는 날 만나기가 힘든가? 남편한테 혼나나?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면서 (몇달에 한번) 그렇게 시간내기가 힘든가? 오만 생각을 다했는데 결론은 '아, 난 그 아이한테 이 정도밖에 안되는구나 '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고 나니 정이 떨어져서 요즘은 거의 연락도 잘 안한다. (물론 이 동생이 더 연락을 자주 해왔지만..)
이런 감정이 안들었으면 아기 선물 사들고 한번 찾아갔을텐데 그러지 않고 있다.(지금 아이 낳았음, 사진보니 이쁘더라)
돌려 받을려고 잘 해준 건 아니었지만 그냥 이런 취급(상대방은 그리 생각안 할 수도 있다. 나혼자만의 생각이지만) 받는데 많이 섭섭하고 기분나쁘고 그랬다.
이 뒤로 난 타인한테 기대도 하지 않고 기대하게끔 만들지도 않는다.
만약 무언가 챙겨주거나 할 땐 대놓고 말한다. 이거 받는다고 돌려줄 생각하지말라고, 그냥 내가 주고 싶어서 주는거니 절대 부담 갖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반대로 누군가가 나에게 뭔갈 해줄 땐 꼭 그만큼 돌려준다.
이러는게 상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맘 편하지 않나 생각하면서 말이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생각하는 것도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이 내 생각과 같을 거란 생각을 하면 안된다.
너무 퍼주어서 상처받지 말고 너무 받아가 놓고 무정하게 그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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