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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24.07.21 - [베이징 다이어리] 재주만 부린 곰이 되지 않으려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속담은 일은 일대로 해 몸이 축나면서도, 경제적 성과는 엉뚱한 사람에게 빼앗기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약탈하는 쪽이 가장 나쁘지만, 마냥 어리숙한 쪽의 편을 들어주기도 마뜩잖다. 재주가 곧 권력이고, 자기 것을 똑부러지게 챙기는 것이 미덕인 세상이다.

 

한국이 전 세계에 발산하고 있는 K-콘텐츠의 매력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한국의 대표적인 '재주'다. 아이돌이나 드라마, 웹툰, 미용과 식음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인기는 '열광'으로 종종 표현된다. 수학 공식처럼 인과관계를 명확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한국의 콘텐츠에는 분명 특별한 매력이 있고 이를 결과로 이미 검증받았다.

 

그 가치나 성장 가능성은 천문학적이라 금액으로 환산하는게 무의미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중국 바이트 댄스의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틱톡이 얼마 전 K-콘텐츠의 잠재적 시장 규모가 2030년 1980억 달러(약 274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을 내놨다. 미국,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소비자들이 K-드라마나 K-팝 때문에 한국의 제품과 브랜드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덧붙였다.

 

틱톡은 이용자가 플랫폼 내에서 동영상을 보며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틱톡샵'을 통해 한국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지원'을 다른 말로 치환하면 이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얘기다. 배달이나 차량 호출, 동영상 서비스와 같은 모든 플랫폼은 중간 사업자이고, 이들은 격하게 말하면 일종의 '되놈'이다. 유튜브, 틱톡과 같은 SNS의 수익 구조를 볼 때, K-콘텐츠는 독보적 재주를 가진 에이스 곰이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 대기업 간부는 '테무'나 '알리 익스프레스'의 한국 시장 진출도 같은 맥락에서 보고 있었다. 얼마 전 듣게 된 그의 통찰은 이러하다. 몇천원짜리 '메이드인차이나' 생활용품을 팔자고 테무나 알리가 한국에 진출했을 리 없다. 몇천억 원을 투자해 물류센터를 짓고, 광고를 하고, 쿠폰을 뿌리는 배경은 역으로 '메이드인 코리아'를 전 세계에 유통하는 역할을 노리고 있어서다. 수출하는 물건의 퀄리티와 영업이익에 치중하는 게 아니라, 유통망 선점에 공격적으로 돈을 쏟아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 기업은 한국 콘텐츠와 관련해 창궐하는 수요를 전 세계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그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노리고 있다. 그럴 싸한 추측이다. 실제로 상당수 플랫폼이 한국 브랜드 전용관을 운영 중이고, 한국 여러 기업이 여기에 물건을 넣고 있다.

 

기업이 이익을 좇아 시장을 뒤지는 것은 비판 받을게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할 뿐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내가 '재주만 부리는 곰'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정확히 그 비결이 무엇인지 자각하기 어렵다는 콘텐츠의 특성 탓에 우리는 재주를 아직 잘 파악하지 못했다. 수익의 향기를 맡은 주체는 테무나 알리나 틱톡뿐이 아닐 테다. 전방위적인 전략과 지원, 업계 공동의 노력으로 '재주의 성과'를 움켜쥐어야 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돈을 벌려고 하는 건 당연하지. 근데 좀 얍쌉하긴 하다.

그나저나 나도 돈 많이 벌고 싶다. 누가 방법 좀 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