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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4.07.20 - [필동정담] 문자 포비아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1992년 12월 3일. 영국 전자공학자인 닐 팹워스는 이동통신망을 활용해 보다폰 이사인 리처드 자비스에게 두 단어로 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SMS(Short Message Service)가 처음 등장한 순간이었다.

 

올해는 문자메시지가 태어난 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1984년 독일 엔지니어 프리트헬름 힐레브란트는 휴대전화로 160자를 전송할 수 있는 방식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하필 왜 160자였을까. 엽서와 같은 문자 소통 수단을 분석해 보니, 이 정도 길이면 비용 부담은 주지 않으면서 일상적인 소통을 위한 문자를 보내는 데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2006년 트위터가 140자, 2023년 메타 스레드가 500자 제한을 둔 것 역시 일상 대화를 분석한 결과다.

 

사실 인류는 그 이전부터 문자로 소통하는 것에 익숙했다. 기원전 6세기 페르시아는 다리우스 1세의 명을 전달하고자 '차파르'라는 우편 제도를 구축했다. 1837년 새뮤얼 모스와 앨프리드 베일은 전신기를 개발해 다른 대륙으로 문자를 실시간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팹워스의 휴대전화 문자 실험은 전달자 없이 개인과 개인이 직접 소통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혁신 그 자체였다. 이후 수많은 소셜미디어와 채팅 앱이 스마트폰과 결합했고, 오늘날 문자는 소통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기 마련이다. 문자를 두려워하는 '문자 포비아(text message phobia)'를 호소하는 사람도 서서히 늘고 있다. 슈타티스타에 따르며 밀레니얼세대는 하루 평균 128개의 문자를 주고받느냐. 일일이 답변하다 보면 중요한 일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온라인 사기꾼은 스미싱 메시지를 시도 때도 없이 보내 혼란을 부추기기도 한다. 일부 인사는 채팅 앱에 아예 가입하지 않는다. 소통을 위해 문자를 교환하는 대신 면담만 하는 날이 1년에 단 하루라도 있었으면 하는 상상을 해본다.

 

문자의 역사가 생각햇던 것보다 더 오래되었다. 난 휴대폰이 생긴 90년대에(혹시 그 이전인가?) 문자도 같이 생긴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보다 더 오래전에 생겼구나. 

난 문자포비아까지는 아니지만 전화포비아다. 전화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자가 있다는게 참 다행이다 싶다. 전화보다는 문자가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