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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아빠의 첫제사

이틀전 목요일 아빠가 돌아가신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아빠는 뇌출혈과 심근경색 두가지 병으로 돌아가셨다. 

뇌출혈은 지혈을 해야 하는 병이고 심근경색은 피를 원활히 흐르게 해야 하는 병인데 서로 상반되는 병이다 보니 병원에서도 치료하기가 힘들었다.

 

재작년에 아빠가 밖에서 쓰러지시면서 머리를 박아 뇌출혈이 있었다. 그래서 몇번의 수술 끝에 겨우 퇴원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전과는 다르게 어눌해진 말과 잘 움직여지지 않는 팔과 다리로 힘든 생활을 하셨다. 그래도 많이 회복되어 노인일자리도 나가면서 일상생활을 하셨는데 1년 뒤 다시 쓰러지면서 이번엔 일어나지 못했다.

 

사실 난 아빠랑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빠는 그 나이대 노인들처럼 가부장적이며 아내와 자식들에게 자상하고 든든한 가장이 아니었다. 돈을 많이 벌어다주지 못한 것에 대한 자격지심도 있었고 폭력은 없었지만 가끔은 언어폭력으로 가족들에게 상처주는 말도 많이 했다. 

내가 성인이 되어 아빠와의 갈등이 심해지는 계기가 있었는데 그 일로 몇년간 아빠랑 대화도 안했다.

아빠가 나에게 상처주는 말을 하면 나도 아빠한테 같이 상처주는 말을 했다. 그렇게 골은 더 깊어졌고 나중엔 데면데면한 사이가 됐다.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도 난 다른 가족들만큼 많이 울지 않았다. 

아빠는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머리에 물이 많이 차서 깨어난다 해도 정상인처럼 살지는 못한다고 했다.

숨쉬고 있는 것도 인공호흡에 의한 것이고 가족들이 결단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엄마는 편하게 보내주자며 인공호흡기를 떼기를 원했다. 그렇게 아빠는 돌아가셨고 장례를 치르고 벌써 1년이 지났다.

아빠랑 같이 살지 않아 평소에는 아빠의 빈자리를 잘 느끼지 못했는데 가끔 아빠 나이대 할아버지들을 보면 아빠가 떠올랐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장례 치르는 모습이 나오면 아빠 장례식이 생각났고, 병원침대에 누워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볼 때면 아빠가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마지막 가는 모습이 생각났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아빠는 80도 못채우고 떠났고 작년 10월에 잡혀있던 막내딸 결혼식도 못보고 떠났다.

죽으면 모든게 끝나는데 세상이 뭐가 그리 맘에 안들었는지 짜증내며 팍팍하게만 살다간 아빠가 안타깝다.

아빠에 대한 원망이 많이 컸었는데 이젠 그 원망이 안타까움으로 변했다.

그렇다고 살아계셨음 더 잘했을텐데 하는 마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아빠가 다시 살아돌아오신다 해도 그때 했던 행동을 그대로 한다면 잘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나만 바뀐다고 상황이 변하는 건 아니니깐. 누군가와의 관계를 바꾸는 것은 나혼자서는 할 수 없다. 서로가 함께 바꿔야 한다.

 

그냥 지금 바라는 것은 부디 그곳에서는 즐겁고 웃을 수 있는 일만 가득 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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