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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24.02.21 - [살며 사랑하며] 파랑새를 찾아서

사람들은 종종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며 살아간다. 때때로 찾아드는 이상과 현실의 갈등은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일상을 불우하게 만든다. 벨기에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는 이러한 주제를 담은 동화다. 허름한 오두막집에 사는 오빠 틸틸과 여동생 미틸이 마법사 할머니로부터 파랑새를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모험을 떠난다. 남매는 추억의 나라, 밤의 궁전, 행복의 정원, 미래의 나라 등 신비한 곳들을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그 어디에서도 파랑새를 찾을 수 없었다. 1년여에 걸친 대장정의 모험은 단 하룻밤의 꿈이었고 잠에서 깨어난 남매는 자신들이 키우는 새장 안의 비둘기가 진짜 파랑 새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남매가 찾아 헤매는 파랑새는 행복의 상징이었다. 

 

동화에서 유래한 파랑새증후군은 원하는 이상을 현실에서 얻지 못해 불만족하고 끊임없이 미래를 바라보며 막연한 행복을 추구하는 증상을 말한다. 파랑새증후군은 심리적 압박과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때 주로 발생하고 잦은 불안을 유발해 삶에 대한 만족감을 떨어뜨린다. '언젠가'를 꿈꾸며 노력하는 데에만 자신을 길들인다면 자칫 현재를 부정하고 미래를 위해 살아가는 파랑새증후군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동화의 교훈처럼 행복은 늘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살아가는 데 있어 이상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가까이 있는 행복을 발견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상과 현실의 균형을 잡고 우리가 찾는 것이 이미 우리 안에 내재하고 있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파랑새를 찾는 모험은 이상을 찾아 현실을 훌쩍 떠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우리 안에 있는 행복을 발견해 나가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틸틸과 미틸이 되어 보통의 날들 소게서 행복을 노래하는 파랑새를 찾아본다. 소중한 것은 언제나 평범한 것들이며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늘 가까운 곳에 있으니.

 

누군들 현재의 삶에서 행복을 찾고 싶지 않겠는가. 월급에 비해 물가는 미친듯이 치솟고 아무리 일해도 내 집 하나 장만하기 힘든 현실에 노력을 쏟아부어도 제자리걸음이면 행복 따윈 찾을 수 없게 된다. 하루하루가 고통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래엔 나아지겠지 하는 희망으로 살아가는 것 아니겠는가.

그나마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더라도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으면 그것 또한 다행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