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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24.02.28 - [영상2도] '파묘'가 반일주의를 부추긴다는 착각

"반일 주의를 부추기는 영화 '파묘'에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 영화 '건국 전쟁'의 김덕영 감독이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남긴 글이다.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진다. '파묘'는 시종일관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 의미를 추구하는 종교 본연의 태도를 보여준다. 세대는 물론 성별, 국정, 종파에 구분 없이 모두의 상흔을 보듬고자 한다.

 

일련의 과정은 땅을 파헤치는 행위로 나타난다. 의뢰인은 친일파 관료의 손자 박지용(김재철). 산소가 훼손돼 자손들이 안 좋은 영향을 받는다고 믿는다. 풍수사 김상덕(최민식)은 대번에 악지(惡地)임을 알아챈다. 잘못 손대면 줄초상이 날 수 있다며 착수를 거절한다. 하지만 간곡한 한마디에 마음을 고쳐먹는다. "제 아들 좀 살려주세요."

 

박지용은 김상덕 등의 고군분투로 뜻을 이룬다.  조부의 혼령도 고통에서 벗어난다. 일본과 관련한 모든 것을 몰아내고자 했다면 결과는 정반대여야 한다. 하지만 장재현 감독은 단순한 폭력을 전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부를 사후에도 일제에 이용당하고 후손에게 버림받는 딱한 존재로 그렸다. 그걸 인지하고도 여전히 일제에 충성하는 모습을 담아 인간적 연민까지 유발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오니(일본 요괴)를 빼닮은 정령도 사후에 이용당하기는 매한가지다. 북쪽을로 전진하라는 대사와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참수당했다는 설명에서 고니시 유키나가가 연상된다. 어릴 때 가톨릭에 입교해 아우구스니토라는 세례명을 받은 다이묘다. 종교적 믿음을 이유로 할복을 거부해 비웃음의 대상이 됐다. 목은 베어져 높은 곳에 갈리고, 몸은 따로 매장됐다고 전한다.

 

'파묘'에서 정령은 다이토구에 안장되나 일제강점기에 파헤쳐져 강원도 고성으로 온다. 척추에 칼이 꽂힌 채로 관에 봉인돼 쇠말뚝이 된다. 전사에 담긴 비통과 수모는 반일 주의와 거리가 멀다. 그것이 사라진다고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맞섰던 이들은 하나같이 후유증을 겪는다. 김상덕은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자으이사 고영근(유해진)은 장례에 집중하지 못한다. 무당인 이화림(김고은_과 법사인 윤봉길(이도현)도 환영에 시달린다. 일제의 잔재를 없앴으나 민족적 상흔은 가시지 않은 셈이다.

 

우리도 같은 땅과 시간 속에서 연속성을 피할 수 없다. 반이일냐, 친일이냐의 논쟁은 치유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저 불화와 반목을 조장할 뿐이다. 장 감독은 서로가 끈끈하게 묶여 아픈 흔적을 기억하고자 권유한다. 그 형태는 혈족의 신체와 정신세계를 이어주는 핏주리 아니다. 민족의 그것들을 연결하는 더 큰 단위의 땅이다.

 

영화 '파묘'를 아직 보지는 않았는데 일제 시대와 연결이 되어 있는 내용인가 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반일 감정이 정서적으로 깔려 있지 않나? 이 영화를 보고 반일 감정을 부추긴다 한들 그게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 김덕영 감독이라는 저 사람은 친일 하는가 보지? 그러니 일본에 눈치 보며 반일감정 부추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거겠지. 전문적인 직업 갖고 지성인인 척하는 한심한 작자들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