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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4.02.20 - [기고] 지역소멸과 지역축제

2024년 화천산천어축제가 국내외 관심을 받으며  지난달 28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축제조직위에 따르면 올해는 국내외에서 150만 명 넘는 인파가 몰리며 '밀리언 페스티벌'의 명성을 이어갔고, 축제의 예상 경제효과는 무려 1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축구장 8개 크기의 얼음 위에서 50만 마리의 산천어를 방류하고 참가자들은 얼음낚시, 눈썰매, 얼음 썰매 등 다양한 겨울 체험활동을 즐겼다. 올해는 특별히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에서도 축제를 소개하며 올겨울 아시아에서 꼭 가봐야 할 축제 5곳 중 하나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일부 동물보호단체의 동물 학대 비판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역 축제로서 국제적 명성을 더욱 공고히 다져가고 있다.

 

화천군은 지역 인구가 3만명이 채 되지 않는 강원도의 작은 도시다. 주변의 큰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하고, 고속도로 접근성이 낮으며 기차역도 없어 교통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강원도의 혹독한 추위는 1월의 야외활동을 더욱 힘들게 한다. 그럼에도 산천어축제는 이러한 지리적, 환경적 한계를 극복하고 2003년 1회 개최를 시작으로 20년 만에 직간접적 경제적 효과는 물론 화천군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향상시켰다.

 

산천어축제의 성공 요인은 다양하게 분석되지만 크게는 차별화된 축제 콘텐츠 제고, 지역 주민들의 열정적인 참여, 그리고 지자체장의 특별한 애정과 관심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산천어가 화천군에서 서식하지는 않지만 화천군과 산천어의 청정 이미지를 잘 매칭해 전국 어디에도 없던 낚시 축제라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또한 축제 행사장 환경 조성을 위해 1년 내내 지역 어르신들이 화천어 등을 만들고 행사 기간 자원봉사를 하는 등 손님을 맞이하고 대접하는 일에 지역주민들이 누구보다 열심인 것을 볼 수 있다. 행사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 두껍고 단단한 얼음을 얼리는 일부터 홍보 마케팅, 행사 운영까지 군수를 중심으로 1년 단위의 계획을 세우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이를 실행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기준 연간 1100개 이상의 지역 축제가 개최되고 이를 위해 9000억 원에 가까운 국비, 지방비 등의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 그만큼 축제 간 경쟁이 치열하고 유사한 콘텐츠의 축제가 전국 각지에서 열리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봄이 되면 전국적으로 50개가 넘는 벚꽃 축제가 유사한 형태로 열린다. 비슷한 콘텐츠, 뻔한 프로그램, 미숙한 축제 운영 등으로 인해 실패한 축제는 해당 지역에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막고 차별화된 콘텐츠 발굴과 민관협력을 바탕으로 작은 성공 모델을 만들어내는 경험이 지역의 축제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지방 소멸이 시대, 지역을 살리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산천어축제 같은 축제가 더 많이 생겨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더 큰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이 점점 사라져 가는데 이런 지역 행사로 살릴 수 있을까.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기간 동안은 활력이 넘치니 다행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