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필사하기

문화일보 24.08.21 - 위기의 한국영화, 작가주의에 답 있다[최현미의 시론]

최현미 논설위원

 

한국영화 악순환의 고리 갇혀

성수기 극장도 OTT도 뒷걸음

뻔한 구성애 자극 강도만 높여

기존 성공 공식 이젠 뒤집을 때

스타 제작사 A24 벤치마킹

문체부 영화 펀드 효율성 중요

 

K-팝, K-드라마와 함께 K-콘텐츠의 축인 한국 영화가 악순환 고리에서 회복될 기미가 없다. 한국 영화 플랫폼의 양축인 극장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모두 위기이다. 전통적인 극장가 성수기인 여름에도 코로나 이후 반 토막 난 관객은 돌아오지 않고 OTT글로벌 1위 넷플릭스에서는 한국 콘텐츠가 연이어 기대에 못 미치며 이용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국내 넷플릭스 앱 월간 활성 이용자는 지난해 1월 '더 글로리' 인기와 함께 1201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내리막이다. 올해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는 화제성 순위에서 한 번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한국 영화는 일종의 '승자의 저주'에 빠진 듯하다. 코로나19 기간에 '오징어 게임(2012년)'이 메가 히트를 치고 K-콘텐츠 위력에 놀란 글로벌 OTT들이 앞다퉈 K-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감독도 배우도 OTT로 빨려 들어갔다. OTT방영은 곧 글로벌 시장 진출이니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이는 꽤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관람객이 실질적, 심정적으로 OTT로 옮겨 가면서 극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전 세계적 경향이지만, 한국 극장은 유난히 피해가 크다. 2023년 기준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극장매출(박스오피스 기준)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90% 정도 회복됐지만, 한국은 65.9%, 관객수로는 55.2% 수준이다. 글로벌 OTT가 제작비를 수백억 원 단위로 올려놓으면서 결과적으로 '모험'이 어려워졌다. 성공 공식을 짜깁기하고 자극 강도만 높인 작품이 줄을 잇고 있다.

 

요즘 극장가에서 400만 돌파를 앞두고 유일하게 선전 중인 한국 영화 '파일럿'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스타 파일럿이 여장을 해서 벌이는 코미디인데 어디서 본 듯한 설정과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크로스'도 강력반 에이스 형사인 부인과 전직 국군정보사령부 특수요원 남편이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로 역시 익숙하고 뻔하다. 여기에 천정부지로 오른 배우 몸값은 영화 제작을 더 어렵게 만든다. 과도한 거품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맞은 패닉 상태다.

 

이제 거품이 터져버린 '성공 공식'을 뒤집어야 할 때다. 대자본이 투입되는 비슷비슷한 작품 양산이 아니라 작가주의적 예술적 대응이 필요하다. 현재의 K-무비 시대는 2000년대 초 봉준호, 박찬욱 감독 등의 작가주의에서 출발했다. 젊은 감독들을 배출하는 1억~5억 원짜리 저예산 영화, 수익률이 낮다는 이유로 OTT가 외면하는 30억~40억 규모의 중급 영화가 필요한 이유다. 이들이야말로 영화적 연구, 개발(R&D)이자 상업 영화가 자라날 저수지다.

 

이 대목에서 요즘 세계 '예술영화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미국 독립영화 제작, 배급사 A24의 철학과 전략을 벤치마킹해 볼 만하다. 2012년 해외시장을 고려한 무난한 영화만 지원하는 할리우드 풍토에 반기를 들고 출발한 A24는 내놓는 작품마다 신선한 충격과 영화적 체험을 선사하며 강력한 팬덤과 함께 문화현상으로 추앙받고 있다. 지난해 아카데미 7관왕에 빛나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비롯해 우리에겐 '성난 사람들' '미나리' '패스트 라이브즈' '동조자' 등으로 친근하다. 최근 관객 20만 명을 돌파새 올해 국내 예술영화 최고 흥행작이 된 '존 오브 인터레스트'도 이들 작품이다. a24의 철학은 이렇게 요약된다 "뛰어난 작가들이 재능을 펼칠 환경을 만들면 큰 기회가 온다." 지난봄 한국을 방문한 사샤 로이드 대표는 이렇게 부연 설명했다. "아티스트가 핵심이다. 감독에게 창의적 자유를 보장한다. 그래야 영화가 만들어졌을 때 독창성이 빛을 발한다. 관객도 그런 독창적인 영화를 원한다."

 

물론 A24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글로벌 제작사로 우리와 다르다. 우리에게 공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독립예술영화영화제 지원 예산을 지난해 56억 원에서 28억 원 수준으로 삭감하고, 지역 영화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아쉽다. 문체부는 올해 65억 원 규모의 영화 펀드 2개를 운용하며 저예산, 중규모 영화 투자를 의무화한다고 한다. 한국 영화, 더 나아가 K-콘텐츠의 미래를 위해 더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하다.

 

나도 영화관을 안 간지 꽤 오래됐다. 볼만한 영화가 없고 영화비도 생각보다 너무 올라있어 굳이 돈 주고 영화를 보러 가지 않게 되었다.(우리 동네는 롯데시네마밖에 없어서) 롯데앱에서 종종 싸다구로 싸게 올라오는 영화나 봤지 내 돈 다 주고 볼만큼 매력 있는 영화는 나오지 않고 있다.가끔 넷플릭스에서 코미디 영화나 보지 극장을 찾지 않는다. (마블 영화 같은 스케일이 큰 영화는 극장에서 본다)위에도 언급된 '크로스'를 얼마 전에 넷플릭스로 시청했는데 그냥 웃기니깐 봤지 이게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절대 돈 주고 보지 않았을 것이다. 내용이 유치하고 빈약하다. 한 때 우리나라는 조폭영화를 그렇게 많이 생산해 냈다. 한두 편이야 인기 있다니 극장 가서 봤는데 그 뒤로도 우후죽순으로 나오는 조폭영화에 발길을 끊게 되었다. 우리나라영화=조폭영화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나에게) 인식이 안 좋아져서 한국영화는 웬만하면 극장에서 보지 않는다. 가끔 괜찮은 영화도 나오긴 하지만 잘 없다.그리고 요즘은 TV도 큰 게 많이 나와 집에서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극장은 도태될 수밖에. 이벤트를 많이 하거나 극장에서 봐야 제맛이라는 영화가 나오지 않는 한 사람들의 발길을 끊어질 것이다.한때의 영광에 취해 있지 말고 질 좋은 영화 많이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