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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4.03.04 - [기고] 인간 - 기계 인터페이스의 거대한 물결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1월 22일, 미국 전체가 들썩이는 슈퍼볼 중계에서 미국 역사상 가장 최고의 TV광고가 방송을 탄다. SF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감독 리들리 스콧이 만든 '1984 광고'로, 다음과 같은 내레이션으로 끝을 맺는다.

 

"1월 24일, 애플 컴퓨터는 매킨토시를 출시합니다. 1984년이 '1984'처럼 되지 않을지 볼 것입니다." 애플 컴퓨터는 뒤늦게 PC 시장에 뛰어들었음에도 당시 시장을 압도하고 있었던 IBM-PC를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감시, 통제자로 나오는 빅브러더에 비유하면서, 다가오는 1984년은 오웰의 '1984'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신제품 출시를 알린다. 그 신제품이 애플의 '매킨토시'였고, 마우스를 이용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는 PC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꾸면서 인간이 기계와 소통하는 방법에 거대한 물결을 일으켰다.

 

그러나 출시 때 달궈진 열기가 가라앉은 후, 1984년 후반기부터 매킨토시의 판매량은 극적으로 감소한다. 매킨토시의 가격은 비쌌고, 그래픽 시스템은 화려했으나 속도가 심각히 느렸다. 1984년 6월 이후 매킨토시의 실적은 실망스러웠고, 이로 인해 이듬해 스티브 잡스는 자기가 직접 영입한 CEO인 존 스컬리에 의해 애플에서 축출된다.

 

한편 IBM-PC플랫폼을 활용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혁신은 매킨토시의 한계를 효과적으로 해결했다. 이러한 변화는 당시 일본이 지배했던 전자 산업을 실리콘밸리 중심의 IT 산업으로 전환시키고 침체된 실리코밸리에 활력을 불어넣어 1980~1990년대 인터넷 시대의 토대를 마련하고 정보화 시대를 열었다.

 

대표적으로 마이클로소프트의 IBM-PC 운영체제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MS를 미국 최대 기업으로 끌어올린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GUI를 원활히 구동시키는 차세대 D램을 일본 기업보다 한발 먼저 출시하며 메모리반도체 패권을 차지한다. 델 및 컴팩과 같은 PC제조업체는 매킨토시의 멋진 단순성과 아름다움을 채용하면서 가격을 10분의 1 수준으로 내놓았다. 반면 이러한 거대한 물결을 타지 못한 일본 전자기업은 시대에 뒤처지게 됐다.

 

이제 40년 전 매킨토시가 일으킨 인간, 기계 인터페이스 혁명을 능가하는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인간보다 높은 수준으로 언어를 파악하고 생성하는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에 기반한 인간, 기계 인터페이스 혁명이다. 암묵적 지식의 개념화로 유명한 마이클폴라니는 '인간이 동물을 능가하는 거의 모든 지식은 언어의 사용을 통해 습득된다'고 말했다. 즉 언어 모델에 기반한 인간, 기계 인터페이스는 인간을 능가하는 지식을 창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혁명성이 있다.

 

"파도의 선두에서 서핑하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정말 짜릿하죠. 이제 그 파도의 꼬리 부분에서 개헤엄 치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그건 절대로 재미있을 수 없어요. 여기 와서 우주에 흔적을 남깁시다." 매킨토시의 GUI를 구현한 엔지니어 빌 앳킨슨을 영입하기 위해 잡스가 한 말이다.

 

이제 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의 인간, 기계 인터페이스라는 거대한 물결의 선두에서 혁신을 주도하지 않으면 일본 반도체 산업의 몰락처럼 파도의 꼬리 부분에서 흔적 없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아, 매킨토시 정말 오랜만에 듣는다.

20대 때 입사한 사진수정하는 회사에서 매킨토시 썼었는데. 디자인 쪽으로 근무하고 싶어 포토샵 쪼금 끄적거리는 걸로 저 회사에 입사했는데 겨우 3일 일하고 그만뒀다. 사장이 날 내보내라고 했는데 거기 실장인가? 하는 분이 그래도 같이 데려가자 해서 근무하게 됐다고 말을 하는데 사실 내 실력도 알았고 저 말을 듣고 나니 더 이상 근무하기가 힘들더라. 그래서 그냥 그만뒀다.

근데 가끔 그때 그만두지 않고 힘들어도 계속 다녔다면 지금 내 진로가 엄청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매킨토시는 사라지고 지금은 맥북이 대신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디자인 회사에서는 매킨토시, 맥북을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