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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24.08.12 - [기자수첩] "금융권 AI 뺑뺑이 콜센터 개선해야"

"정상인도 고혈압으로 만든다."

"어르신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업무처리를 할 수가 없다."

"폭발 직전의 상황에서야 상담사와 연결된다."

"금융감독원은 뭐 하고 있나."

 

본지의 '뺑뺑이 AI 콜센터' 기획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다. 금융소비자들의 인공지능(AI) 상담원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누적됐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19년 전후로 국내 주요 카드사와 은행들은 고객센터 상담에서 AI 상담원을 먼저 활용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AI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 상담원처럼 원활한 상담은커녕 문제 해결조차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AI 도입을 이유로 상담원 인력을 감축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은 인간 상담원 연결을 위해 더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 디지털에 취약한 고령층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문제 해결을 포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상담원들 역시 AI상담으로 허비한 시간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솟은 고객들의 전화를 받느라 고충을 겪고 있다.

 

물론 모든 산업에서 AI의 도입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AI로 인해 모두가 불편함을 겪고 있다면 개선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특히 금융권의 경우 이 문제에 대해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오프라인 지점이 줄어들고, 디지털 금융이 확산되면서 비대면 서비스 경쟁력이 금융사들에게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AI 상담 문제로 경쟁사로 이탈할 가능성도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성인 남녀(만 19~69세) 500명을 대상을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30~40대의 절반 가까이는 AI 서비스가 불편해 금융회사를 다른 회사로 변경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 금융사들이 AI를 고도화하고 있지만 금융소비자들은 여전히 인간 상담원을 더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회사 콜센터에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말(복수응답)에 '인간 상담원 상담까지 소요 시간단축'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64.6%로 가장 많았다. AI를 통한 비용 절감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역시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금감원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는 쵝근 이 문제가 이슈가 되자 고령 고객이 금융회사 콜센터를 이용할 때 AI 상담 외에도 인간 상담원과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고령 고객 외에도 모든 고객이 원활한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금융사의 콜센터는 늘 사각지대에 놓였다. 영업지점과 달리 '뒤처리' 업무를 주로 해주는 곳인 데다가 콜센터 직원들은 대부분 '소속 외 근로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센터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소통창구이자, 금융사 이미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간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금융사들은 금융소비자의 분노를 AI에 대한 시행착오로만 취급할 것이 아니라, 세심하게 들여다보길 바란다.

 

나도 얼마전 카드사에 전화할 일이 있어 전화를 했는데 AI가 받았다. 앱이나 홈피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기에 상담사를 통해 해결을 하려고 전화를 한 것이었다.

예전엔 전화를 하면 바로 상담사 연결이 있었는데 아무리 다시 들어도 없었다. 그 대신 AI가 전화를 받다.

상담사 연결을 위해 몇 번이나 끊었다 다시 걸었지만 힘들었다. 그래서 그냥 AI 랑 통화를 하는데 AI는 나의 발음을 못알아 듣고 계속 다시 말하라고만 했다. 내 발음이 구려서 그런 건지 사투리를 써서 그런 건진 모르겠다만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나도 모르게 욕설이 흘러나왔고 그래서인지 상담사랑 연결이 되었다. 아마 욕을 하면 상담사랑 연결되게끔 설정을 해놓은 것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전화연결이 된 상담사의 말투가 상당히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진상고객을 대하는 말투였다. 솔직히 기분 나빴지만 내가 먼저 욕을 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근데 내가 상담사 너한테 욕한 건 아니잖아.) 어쨌든 상담사 연결이 돼서 내가 하려던 질문에 해결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상담사랑 통화한 시간은 1분도 안되는데 상담사와 연결되는 시간은 몇 십 분이나 걸렸다. 

진짜 AI는 왜 도입을 해서 화를 내지 않아도 되는 일에 화를 불러 일으키는지, 젊은 나도 이렇게 하기 힘들데 어르신들은 시도도 못할 것 같다. 제발 AI 없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