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필사하기

이데일리 24.07.29 - '미복귀 전공의'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들[생생확대경]

사직서 수리 후 9월 지원 안 하면 1.5~2년 쉬어야
입영 대상자 군 입대 바로 어려워 나이순 입영 대기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전국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 중 7648명이 사직 처리됐다. 정부는 이들에게 특례를 적용해 9월 하반기 채용을 통해 구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들은 이마저도 거들떠보지 않고 있다. 일단 내년 2월까지 쉬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사직 시점과 군입대다.

 

수련규정에 따르면 전공의 사직서가 수리될 경우 1년 내 같은 과목, 연차로 복귀할 수 없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수련규정에 특례를 적용해 사직 후 9월 재응시 인턴에겐 내년 8월까지 수련 이수 후 9월 하반기 모집에 레지던트 진입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었다. 레지던트 3~4년 차에게는 내년 8월 수련 이수에 맞춰 추가 실시하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 가능하도록 했다.

 

귀가 솔깃할 만도 하지만, 움직임은 거의 없다. 동료 선후배들이 눈에 불을 켜고 대오를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일부 교수들은 새 전공의 충원에 반대하며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기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이때 생각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자신이다. 만약 사직 후 하반기에도 지원하지 않으면 내년 2~3월 복귀는 물 건너가게 된다. 내년 9월이나 2026년 3월에 수련을 재개할 수 있다. 총 2년의 공백기가 생기는 것이다.

 

그 배경엔 사직 시점이 있다. 정부는 6월 4일 기점으로 공법적 효력이 있다고 못 박았다. 서울대병원 등을 비롯한 몇몇 수련병원은 2월 29일 자로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했지만, 사적 합의보다 공법이 우선 적용되는 만큼 사직 후 9월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는 1년간 동일 과목, 동일 연차에 응시할 수 없는 기존 지침이 그대로 적용된다. 수련병원에서의 2월 사직서 수리 시점은 결국 병원과 전공의 사이에 퇴직금이나 4대 보험료 정산 등에 적용되는 것이지, 전공의 모집 일정 등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셈이다.

 

게다가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전공의는 입영 대상이라 언제 통지서를 받을지 모르는 불안가을 지고 가야 한다. 전공의는 수련 시작 전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미리 등록하는데, 병역 규정상 이들이 수련 과정에서 중도 사직하면 빠른 시일 내 군의관(군에서 근무)이나 공보의(보건소 등에서 근무)로 입영해야 하는 대상자가 된다. 전공의 중 입영 대상자만 3480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사직 후 다른 병원에 전공의로 들어갔다고 해도 입영이 연기되지 않지만, 이번에 한해 레지던트는 9월 재응시해 수련하는 경우 입영연기 조치도 가능하도록 했다.

 

'에라 모르겠다, 군대나 가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국방부는 매년 3월 군의관 700~800명, 공보의 250~500명 등 최대 1300여 명을 배치한다. 3000여 명이 입영 대상자가 될 경우 나이순으로 우선 배치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젊은 2000여 명은 언제 입영통지서를 받게 될지 모르는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해외여행도 불가능하다. 만약 9월턴(9월 인턴+레지던트)에 지원하지 않은 군 미필 전공의라면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공백 2~3년 이상으로 길어질 수 있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백지화 등 7대 요구사항 수용을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 중 2000명 증원 철회 등을 제외한 6가지를 모두 논의 추진 중이다.

 

2000명에서 1540명으로 줄어든 증원은 이미 내년 입시요강에 반영돼 이젠 취소 자체가 어려워진 상태다. 그런데도 여전히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는 증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직 전공의들의 출구도 꽉 막힌 상태다. 공자는 '시중(時中)'의 자세를 강조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행동해 사람들 사이의 조화를 추구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정부도 전공의 복귀를 위해 몇 걸음 물러선 상태다. 이젠 전공의 차례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의료파업사태. 오롯이 국민이 피해를 받고 있다.

병원으로 복귀를 하고 싶어 하는 전공의들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아마도 교수나 동료 전공의들의 눈치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게 아닐까 생각도 든다.

며칠 전 엄마가 무릎 수술 때문에 병원에 입원을 했다. 수술 전 동의서를 받는 건 전공의가 설명을 하고 사인을 하게 하는데(나의 수술과 아빠의 수술 땐 그랬다. 물론 다른 병원에선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선 간호사가 설명의 한다. 그래서 왜 간호사가 하지 속으로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전공의가 다 사직을 해서 그런가 생각이 든다.

병원 내에서도 전공의가 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근데 그 부분이 채워지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이 그 업무를 떠안게 된다. 안 바쁘면 나눠서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바쁘다면 정말 짜증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월급을 더 많이 주는 것도 아닐 것 아닌가.

어쨌든 이리저리 피해를 보는 사람들만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