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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24.06.24 - [생활속 과학이야기] 수소 안전을 위한 표준 확립의 중요성

1986년 1월 28일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발사 73초 만에 화염에 휩싸이며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7명이 모두 사망했고 우주 탐사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삭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진 로켓 부스터에 사용된 고무 오링(O-ring)의 규격 미달이었다. 오링은 고쳋 연료 로켓 부스터의 각 조립 부위를 밀봉해 연료가 새지 못하도록 한다. 챌린저호 발사 당시, 저온 환경에서 오링이 수축 및 경화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고압의 연료가 누출되고 결국 폭발로 이어진 것이다.

 

이 사건은 고무 오링과 같은 작은 부품의 품질과 규격이 전체 시스템의 안전성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동시에, 소재의 특성과 환경 조건을 고려한 엄격한 표준 확립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수소에너지는 청정에너지의 대표 주자로,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효율이 높아 차세대 에너지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수소는 매우 가볍고 작은 분자인 만큼 저장과 운송 과정에서 누출될 우려가 있고, 불꽃과 만날 경우 자칫 큰 폭발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따라서 수소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규격과 표준 확립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수소에너지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사용과 보급을 위해 2019년 '수소경제 표준화 전략 로드맵'을 수립했다. 이 로드맵은 수소의 생산부터 저장 및 운송 과정 전반에 걸쳐 각 단계에서 참여자들이 준수해야 할 표준을 제저아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토애 수소 관련 기술과 산업이 발전하면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예방하고 국민이 수소에너지를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의 수소에너지그룹도 수소에너지의 안전한 민간 보급을 위해 수소충전소와 수소 모빌리티 등에 사용되는 소재, 부품의 신뢰성을 확립하고, 수소 사용적합성 측정 기술 및 표준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고압수소 저장 용기와 배관 소재로 사용되는 금속 소재는 수소가 금속 내부에 스며들어 금속의 기계적 성질을 변형하는 '수소 취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금속 내부에 미세균열을 유발해 구조적 강도를 약화한다. 이로 인해 사고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장비의 사용 수명도 단축되게 된다. 금속 소재뿐만 아니라 수소의 밀폐를 위해 저장 용기와 밸브, 배관 등의 연결부에 사용되는 고무 오링은 챌린저 사고에서 보듯이 저온 환경에서 경화되거나 고온 고압 환경에서 열화 및 파손될 수 있다.

 

KRISS 수소에너지그룹에서는 금속 및 고분자(고무 등)소재의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표준화된 펴가방법을 개발하고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고압 수소용 소재 부품의 내구성 및 신뢰성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인증 규격도 개발해 제안하고 있다.

 

정부, 연구기관, 산업계의 노력이 모여 수소 에너지용 소재부품의 평가 표준이 마련되고 수소에너지가 지금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낙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수소에너지국장

 

 

과학은 신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