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필사하기

매일경제 24.01.19 - 글로컬 대학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대학교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것은 대학교의 선생님인가 교수가 국민에게 사랑을 별로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고등학생이 대학에 입학하고 싶은 열정을 생각하면 그래도 조금은 사랑받을 것 같은데 그러지가 않다. 물론 교수가 국민의 사랑을 얼마나 받는지 알려주는 점수 같은 것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일반 국민의 사랑이 드러나는데 바로 2009년 이후 14년 동안 대학교 등록금이 오르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일반 물가는 33% 상승했지만 일반 국민이 반대하는 것을 잘 아는 정치권과 정부는 국민감정을 거스르면서 대학교 등록금을 올려주기가 어려웠다. 사립대 예산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을 넘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사립대는 14년간 교수 월급을 거의 인상하지 않았다. 정부 지원을 받는 국공립대는 조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이렇게 교수에 대한 차가운 감정의 근본적인 원인은 교수들이 일반 국민에게 무언가 좋은 것을 해준 기억이 별로 없고, 교수의 직업 안정성이 국민 정서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일반 국민은 직업을 잃거나 임금이 삭감당하는 데 비해 교수는 고용이 유지되고 임금이 깎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전국의 대학이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됐는데, 이는 비수도권 대학에서 시작됐다. 전체 대학의 90%를 차지하는 비수도권 사립대는 등록금이 10년 넘게 동결되고 입학생이 감소하면서 회사로 치자면 거의 파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비수도권 대학을 이렇게 그냥 망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첫째로 비수도권 대학은 지역경제의 중요한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그래프를 보자. 지역별 국공립과 사립대 예산 총액과 그 지역 정부 예산을 비교한 그래프다. 참고로 수도권은 관심 대상이 아니므로 제외했다. 대전광역시에서는 지역 대학 전체 예산이 대전시 예산의 49%, 강원도는 지역 대학 예산이 강원도 예산의 29% 수준이다. 나도 계산하면서 놀랐는데 모든 지역에서 대학 예산 총액이 지역 정부 예산에 비해 상당한 규모였다.

 

경제학에서는 정부 지출의 효과를 재정지출 승수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는데, 정부가 지출한 액수 보다 국내총샌산(GDP) 증가가 커진다는 것이다. 반ㄴ대로 정부 지출이 감소하면서 GDP는 더 많이 줄어든다. 따라서 지역 대학이 빠르게 사라진다면 이러한 승수효과를 통해 지역경제는 대학 예산 감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말 그대로 지역경제를 돌리는 엔진 하나가 멈추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죄송스럽기 때문에 각자 위의 표를 보면서 상상해 보기 바란다.

 

비수도권 대학을 살려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급격한 고령화로 우리나라는 곧 이민자를 대거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여기에서 비수도권 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별 천연자원 없이 오로지 훌륭한 노동자를 토대로 선진굮이 된 나라이므로 이민자에게도 훌륭한 자질이 요구된다. 물론 훌륭한 능력을 갖춘 젊은이가 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이들은 우리나라 대학 교육을 받으면서 훌륭한 노동자로 변화할 수 있다. 잠깐만 생각해봐도 21세기를 주도하는 미국의 거의 모든 혁신은 전 세계에서 이민 온 젊은이와 훌륭한 대학 시스템을 결합한 결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구글과 테슬라 같은 빅테크가 이렇게 생겨났다. 아마도 수도권 대학은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이민자들 교육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지난 세월 비수도권 대학의 몰락에도 바라만 보던 정부가 이번에는 작정하고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는 글로컬 대학 사업이 그것이다. 글로컬 대학 사업은 비수도권 대학을 살리는 시발점이자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작년에 대학 10개 교가 1000억원씩 지원받는 글로컬 대학에 선정됐는데, 완전한 성공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는 글로컬 대학의 자율을 중시하는 유연성을 발휘하고, 글로컬 대학은 적극적인 자구 노력을 통해 변신한다면 비수도권 대학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일단 대학교수가 왜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고(등록금이 안 올라서 교수 월급도 안 오른다고 참나, 등록금 한 학기에 11천만 원 가까이하지 않나?), 비수도권 대학을 살려야 한다는데 어느 정도 공감은 하지만 사회 흐름상 지방대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인서울이 아니면 지잡대라 깔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기를 쓰고 인서울 하려고 한다. 인구는 점점 줄고 대학은 다 서울로 가려고 하니 경쟁력 없고 수준 낮은 지방대는 사라질 수 밖에...

지방대를 살려야 한다고 말만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올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명문대가 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안부터 생각하고 말을 하자.

이 글은 자기 밥그릇 챙기려는 교수의 푸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