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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24.07.10 - [기자의 눈] 비난의 타깃 잘못 고른 영화계

한순천 문화부 기자

 

"영화인들이 주장하는 객단가 하락에는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습니다."

 

최근 영화계 단체들은 "영화관들이 티켓 가격을 인상했지만 영화계와의 수익 배분을 위한 객단가는 2022년 1만 285원 대비 올해 9768원으로 오히려 떨어져 창작자의 몫이 줄어들었다"며 깜깜이 정산을 이유로 멀티플렉스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영화관 측은 "영화 시장은 어느 업계보다 투명하다"면서 "불공정 정산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팽팽한 양측의 입장은 좁혀지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주중 티켓 가격이 1만 4000원 정도인데 반해 1만 원을 밑도는 객단가가 지나치게 낮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객단가 문제로 인해 갈등이 불거진 만큼 원인을 따져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 업계관계자는 "영화관이 깜깜이 정산을 통해 객단가를 낮췄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정부의 티켓 가격 후려치기가 주범"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5일 롯데컬처웍스에 최종 낙찰된 대한적십자사의 하반기 헌혈자 대상 답례 영화 티켓 입찰 결과 4000원에 불과했다. 대한적십자사가 1년 동안 구매하는 영화 관람권은 130만 장으로 1년 전체 관람객의 1% 수준에 이른다. 하반기에 예산만 41억 원으로, 장당 6000원 수준에 배정됐는데 세 번이나 유찰된 끝에 3분의2에 해당되는 가격으로 결정된 것이다. 입찰 시작 기초금액이 계속 낮춰져 낙찰가는 2020년 5800원에서 올 상반기 3621원까지 떨어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사업자 간 무한 경쟁을 부추겨 더 낮은 낙찰가를 유도하고 있다"며 "정부 산학기관마저 콘텐츠 제값 주기를 하지 않고 있는데 누가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하겠느냐"며 비판했다. 지난 세 차례의 입찰에서는 참여 사업자가 없거나 한 곳밖에 없어 결국 계약자를 미리 결정한 뒤 가격을 협의하는 수의시담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영화인들도 어렵지만, 영화를 걸어야 할 영화관들도 아직 정상 경영으로의 회복은 요원하다. 전 사 기준 흑자로 돌아섰다는 CGV도 국내에서는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화계가 극심한 위기에 빠져 있는 현재 영화인들과 영화관의 갈등은 국가의 미래를 담당해야 할 K 콘텐츠 업계의 미래를 어둡게 할 뿐이다. 창작자와 플랫폼 모두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정부 정책을 기대한다.

 

 

요즘 영화값이 너무 비싸서 잘 안 보게 된다. 정말 보고 싶거나 잘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고서는 보고 나면 돈 아깝다. 그래서 싼값에 할인해주는 선착순할인으로 운 좋게 당첨되면 영화를 보거나 아님 아예 안 본다. 

영화업계든 플랫폼이든 둘다 적자라고 하니 도대체 그 돈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혹시 배우들 몸값으로 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