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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4.07.07 - 검사들의 난 [유레카]

더불어민주당의 현직 검사 탄핵 추진에 맞서는 검찰의 기세가 등등하다. 탄핵 대상으로 지목된 검사 4명이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수사에 관여한 것을 빌미로 '이재명 방탄 탄핵'이라고 맹비난한다. 임기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선봉에 섰다. 전임 검찰총장들은 과거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때 검사들이 흥분하지 않도록 가급적 말을 아꼈는데, 이 총장은 "상대가 저급하고 비열하게 나오더라도 절대 굴복하지 말라"는 등의 자극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탄핵소추권 행사를 검사들에 대한 "직권남용"이자 "명예훼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이었나. 이 총장이 내부 게시판에 올린 격문에는 검사들의 응원 댓글이 줄줄이 달렸고, 열혈 검사들은 '평검사회의' 개최 등 집단행동으로 대응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평검사회의는 2003년 노무현 정권 출범 직후 검찰개혁 차원에서 단행된 검찰 '기수 파괴' 인사 방침에 검사들이 반발하면서 처음 개최됐다. '검사와의 대화'로 알려진 그 회의다. 이때는 서울지검(서울중앙지검)에서만 회의가 열렸다. 전국적인 평검사회의는 2005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할 때 열렸다. 검사들은 재판에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피고인이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하는 개정안에 거세게 반발했다. 검찰 조서가 경찰 조서와 동급으로 취급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연긴 오만함의 발로였다. 이 개정안은 피의자가 검찰 수사에서 자백을 강요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지만, 검사들의 반발에 밀려 무산됐다. 결국 문재인 정권 때인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을 뺀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해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2020년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직무정지에 반발했던 검사들이 평검사회의를 시작으로 연쇄 성명을 쏟아낸 바 있다. 평검사회의는 검찰 인사와 검, 경 수사권 조종, 형사소송법 개정,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등 정권이 주도하는 검찰 관련 정책에 검찰의 반대 의사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지난 5월 김건희 여사 수사를 지휘하던 검찰 고위간부들이 대거 좌천성 인사를 당했을 때도 평검사회의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회의는커녕 검찰 내부 게시판에 단 한 개의 항의글도 올라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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