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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4.06.29 - 커피 트렌드와 고전 [休·味·樂(휴·미·락)]

편집자주

열심히 일한 나에게 한 자락의 휴식을음악...당신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방법, 음식·커피·음악·스포츠 전문가가 발 빠르게 배달한다.

 

나의 아침은 커피를 내리기 위해 포트 전원을 켜는 것으로 시작된다. 샤워하고 머리를 말리기 전에 커피 한 잔을 내린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예쁜 잔에 담은 커피를 한 입 머금다 넘기면, 입안은 커피 향으로 가득 찬다. 원두 50g을 100cc로 추출(일반적인 추출은 대략 15g으로 200cc)하는데, 출근해서 혹은 출장 다니며 마시는 것까지 합하면 하루 대략 200g은 소비하는 듯하다.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2kg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같은 양을 열흘에 마셔버리는 셈이다.

 

다만 이렇듯 진하게 내려 마시려면 커피볶음 정도가 강해야 한다. 보통 강배전은 산미가 적고 쓴맛이 강하므로, 85℃ 전후로 식힌 열수를 천천히 부어야 한다. 그래야 커피의 다공질 조직 벽에 붙어 있는 맛있는 성분이 잘 용해된다. 이 성분은 로스팅에 의해 유기산이 유기당으로 변화하고, 당이 아미노산과 결합해 만들어진 화합물로 단맛, 쓴맛, 보디감을 준다. 그 화합물들이 뜨거운 물에 녹아 나와야만 달작지근하고 쫀득한 커피 액체가 만들어진다. 반대로 약배전 커피를 같은 방법으로 진하게 내리면 맛없는 발사믹 식초를 마시듯 고통스러운 액체가 된다. 맛있는 커피를 원하는 이들에게, 로스팅 강도에 맞는 추출과 음용의 기초를 배우라고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데 최근 유행하는 커피가 달라지고 있다. 커피 맛의 기본에 충실한 배전도 대신 약배전 일색에 갖가지 과일 향미가 있는 (혹은 넣은) 커피 메뉴가 유행하고 있다. 북카페를 운영하는 지인은 이런 흐름을 두고 '책과 커피 취향이 동시에 연성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도 커피도 묵직한 클래식 대신, 작고 말캉하고 가벼운' 것들이 사랑받는 시대라는 것이다. 하기야 당연하다고 여기던 카페인도 유무를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니 변하는 트렌드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커필를 즐겨온 나에게 커피다운 커피란 여전히 농후하고 보디감이 넘쳐서 복합적인 맛과 향이 입안에 오래 남는 커피다. 고전 작품을 읽어갈 때 얻게 되는 감동 같은 것이다. 자주 만나는 커피집 사장님들은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내어주면서도 이런 커피는 요즘 인기가 없다는 말을 덧붙이곤 한다. 그럴 때면 마치 '슬픈 외국어'가 된 듯 마음 한구석이 짠해진다.

 

책도 커피도, 원하지 않는 걸 강권할 수는 없다. 다만 작심하고 고전을 독파하듯 커피 본연의 맛과 향에 한 걸음씩 다가가려 노력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 바람조차 시대착오적인 욕심일까.

 

윤선해 (주)후지로얄코리아, 와이로커피 대표

 

 

커피도 아는만큼 맛을 즐길 수 있는 듯하다. 요즘은 워낙 대중화되어서 특징 없이 비슷한 맛의 커피들이 나오고 있다. 

나도 커피를 즐겨 마시긴 하지만 커피에 대해 잘 모른다. 위의 글에 나온는 것처럼 커피추출 방식에 대해 알지 못하니 맛있는 커피를 마셔도 그닥 잘 모른다. 그냥 '어 이 집 커피 좀 맛있는데.' 라고 느낄 뿐이지. 그리고 프랜차이즈 카페가 판을 치고 있어 커피 맛이 좋은 개인 카페는 찾아보기 힘들다. 넓어서 쉽게 자리를 구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 맛보단 자리가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