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서나 가장 많이 주목받는 주제는 '지방소멸'이다. 이 용어는 일본 총무대신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増田寛也)가 2014년에 발표한 일명 '마스다 보고서'에서 유래했다. 미스다 보고서는 일본의 인구 감소 추세가 계속된다면 2040년까지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절반, 그러니까 896개 지자체가 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는 지금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방소멸이 진행되고 있다. 2000년 기준으로 전체 시군구의 66%에서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구 정점 대비 20% 이상 인구 감소를 경험한 지자체도 60여 곳(26%)에 이른다. 이에 정부는 2021년 226개 기초지자체 중 89곳을 인구 감소지역으로 지정했고, 이후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방안을 다양하게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지자체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지역 간 경쟁을 유발하고 중앙정부의 심사를 거친 뒤 중앙정부 보조금을 지자체에 지급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지자체 간 경쟁을 부추기고 지역 간 격차를 더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14년 이 정책이 시행된 이후에도 일본에선 도쿄 등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경제비평가 조넨 쓰카사의 '지방은 소멸하지 않는다'는 책에 문제점이 잘 지적돼 있다. 일본 정부의 지방소멸 정책이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중앙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한 지방 공공시설 건립에 치중한 탓에 결과적으로 지자체가 이런 시설 유지에 재정을 탕진하면서 오히려 지방소멸을 촉발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인구 감소 지역 지원을 위한 보통교부세도 더욱 확대돼 지난해 인구 감소 지역에는 총 3조 원의 정부 보조금이 투입됐다. 보조금의 대부분은 지자체 인프라 건설에 사용되고 있다. 지자체는 지역 내 유사시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설 건립용으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실정이다. 2020년 기준 건립비가 100억 원(기초) 200억 원(광역) 이상인 전국 지자체의 대형 공공시설은 863건이며, 시설 운영에 따른 적자는 9936억 원으로 나타났다. 조넨의 우려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과 더불어 정부는 건물 부분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의 예산은 연간 정부 지원 2000억 원 규모인데,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노후화된 어린이집, 보건소, 경로당, 커뮤니티센터 등의 활용도가 높아지도록 환경 친화적으로 리모델링함으로써 지역 주민의 만족도를 크게 높였다. 그릴리모델링을 통해 건물 에너지 비용도 대폭 절감되기 때문에 관리 주체인 지자체도 환영하는 사업이다.
지방소멸로 대변되는 농어촌 지역 문제의 핵심은 지역 인구 감소, 특히 젊은이들이 생업을 위해 지역을 떠난다는 것이다. 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그릴리모델링 사업을 통한 농어촌지역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주간 및 단기 요양 기능을 하는 돌봄센터로 지역 그릴리모델링 사업 확대가 절실하다. 지역의 젊은이들을 지역 기반 그린리모델링 전문가로 양성해 이들이 '현대판 순돌이 아빠'로 지역 주민들을 도와주면서 동시에 정부 사업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히 지방소멸 대응자금을 그릴리모델링 사업에 활용한다면 다양한 지역 문제만이 아니라 RE100 등 탄고중립 이슈를 해결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구가 점점 줄어감에 따라 지방소멸은 자명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 경제, 문화, 정치 등은 다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에 지방이 소멸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 또한 서울에 몰려 있다. 젊은이들이 살던 곳을 떠나 서울로 갈 수밖에 없다. 몇 십 년이 흐르는 동안 서울중심으로 만들어놓고 이제와 지방소멸을 외치면 뭐 하나(그동안 애써 외면해 왔던 것들이 이젠 눈에 보이거든). 정치하시는 분들은 이런 걸 몰랐을까? 미래를 내다보고 나라를 이끌어 가야지 그저 자기 앞에 놓인 밥그릇만 챙기다 보니 결국 이지경이 되어 버렸다.
서울 및 경기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도시와 농촌은 결국 소멸되고 말 것이다. 노인들만 남아 있다가 그 노인들 다 죽고 나면 유령도시, 농촌이 되겠지.
'오피니언 필사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겨레 24.03.19 - 덕분에 잘 살고 싶어졌습니다[똑똑! 한국사회] (2) | 2024.03.19 |
---|---|
국민일보 24.03.19 - [시론] 과일 값 불안 배경에는 이익집단도 있다. (0) | 2024.03.19 |
문화일보 24.03.18 - 필요성이 더 커진 최저임금 차등 개편[문희수의 시론] (0) | 2024.03.18 |
매일신문 24.03.18 - [기고] 달라지는 마약범죄대응, 중요한 것은? (1) | 2024.03.18 |
국민일보 24.03.18 - [한마당] 부활하는 징병제 (0) | 2024.03.18 |